VIATO MUSIC BOX00:00눈떠보니 AI 시대PAUSEMP3 · 1× 00:0000:00


컬럼 슬로건: 죽도록 일했더니, 이제 AI와 일하란다.

서른에는 마흔이 되면 좀 편해질 줄 알았다. 마흔에는 쉰이 되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돈 걱정도 조금 줄어들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쉰이 되어 눈을 떠보니 세상이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AI란다.

우리는 참 열심히 살았다. 컴퓨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사용법을 배웠고, 인터넷이 생겼을 때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메일을 익혔다. 스마트폰이 나오자 앱을 깔고, 카카오톡으로 단체 대화방까지 관리했다. 그것도 모자라 엑셀 함수와 파워포인트를 익히며 어떻게든 시대를 따라잡았다.

이제는 좀 알겠다 싶었다. 그런데 AI가 나타났다.

보고서 하나 쓰려고 자료를 찾고, 밤늦게까지 문장을 다듬던 일을 AI는 몇 초 만에 해낸다.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들고, 프로그램까지 짠다.

내가 몇 년 동안 배운 기술을 AI가 잠깐 만에 해내는 걸 보면 신기하다가도 살짝 억울하다.

“아니, 그걸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었어? 그럼 나는 그동안 뭘 한 거지?”

더 큰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젊은 친구들은 AI에게 일을 시키는데, 우리는 AI에게 일을 시키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프롬프트가 뭔지, 모델은 뭔지, 에이전트는 또 뭔지. 겨우 하나를 알면 새로운 용어가 세 개쯤 더 생긴다.

공부에는 끝이 없고, 업데이트에는 자비가 없다.

그렇다고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 회사에서는 생산성을 높이라고 하고, 사업을 하자니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 집에 돌아오면 노후 준비도 해야 하고 건강도 챙겨야 한다. 자녀들은 아직 손이 가고 부모님도 돌봐야 한다.

아니,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공부를 졸업할 수 있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젊을 때는 돈을 벌려고 몸을 썼고, 나이가 들어서는 살아남으려고 머리를 쓰는데, 이제는 AI보다 머리를 잘 쓰는 법까지 배워야 한다니.

참 피곤한 세상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금 궁금하다. AI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준다면,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 했던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늘 생각만 했던 사업을 시작하거나, 오래 미뤄둔 글을 쓰거나, 내가 가진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 말이다.

젊은 사람들보다 AI를 빨리 배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살아오면서 실패도 해봤고, 사람 때문에 속도 상해봤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도 안다. 기술은 AI에게 빌릴 수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까지 맡길 수는 없다.

그러니 너무 주눅 들 필요는 없다. AI를 잘 다루는 스물다섯 살도 있고, AI를 활용해 새로운 일을 만드는 쉰 살도 있을 것이다. 나이는 다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써먹는 사람의 몫이다.

물론 나도 AI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AI는 친절하게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습니다.”

참 한결같다. 뭘 물어봐도 용기를 준다. 가끔은 얘가 내 사정을 알고 하는 말인지, 원래 누구에게나 친절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어차피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녀석이니까.

서른에는 마흔이 되면 편해질 줄 알았고, 마흔에는 쉰이 되면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쉰이 되니 AI 시대가 왔다.

죽도록 일했더니, 이제 AI와 일하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해보자. 또 배우고, 또 써먹고, 안 되면 다시 물어보면 된다.

다만 한 가지는 부탁하고 싶다.

AI야, 다음 세상은 조금 천천히 와주면 안 되겠니? 우리도 이제 업데이트할 시간이 좀 필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