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토 독서토론 칼럼
문해내공: 글을 읽는 힘에서 사람과 세상을 읽는 힘으로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어떻게 우리의 관계와 성과를 바꾸는가?
오늘의 책
『문해내공』 | 신종호·김윤정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8월 12일 출간
AI가 글을 요약하고 문장을 만들어 주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필요한 문해력은 줄어들고 있을까요? 오히려 정보가 넘쳐날수록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하며,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는 힘이 중요해집니다.
신종호 교수와 김윤정 작가의 『문해내공』은 국어력을 단순히 맞춤법이나 글을 읽는 기술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확한 말과 글로 표현하는 힘으로 바라봅니다. 이 능력은 업무 성과뿐 아니라 평판과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독서토론에서는 책의 문제의식을 사회적 지능과 연결해 살펴봅니다. 아래 내용은 책의 공식 목차를 그대로 옮긴 요약이 아니라, 책 소개와 토론 녹취를 바탕으로 정리한 토론자의 해석입니다.
1. 사회적 지능의 핵심은 ‘읽는 능력’이다
사회적 지능은 타인의 감정과 의도,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말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흔히 ‘눈치’라고 표현하지만, 단순히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것보다 넓은 개념입니다. 말의 의미와 말하지 않은 부분, 서로 다른 이해관계, 지금 어떤 반응이 적절한지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은 진심 어린 동의일 수도 있고, 상대를 배려하거나 불편함을 감추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해석만 정답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살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전문성을 성과로 바꾸는 것은 소통이다
전문 지식과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상대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며, 필요한 행동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병원에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개발자는 기술적 효율성을, 의료진은 환자 안전과 업무 부담을, 경영진은 비용과 투자 효과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같은 시스템이라도 각자의 관점에 맞춰 설명해야 공감과 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통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습니다. 먼저 상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읽고, 그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구성하는 능력입니다.
3. 독서는 타인의 관점과 세상을 이해하는 연습이 된다
소설은 독자에게 다양한 인물의 선택과 갈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겉으로 드러난 말과 속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면서 타인의 관점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비문학은 역사·경제·심리·과학 등 세상을 이해하는 배경지식과 개념을 넓혀 줍니다. 눈앞의 사건을 개인의 성격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환경과 제도, 이해관계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소설은 마음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 되고, 비문학은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넓혀 줍니다. 다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 공감 능력이나 사회적 지능이 저절로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읽은 내용을 곱씹고, 자신의 판단을 점검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4. 독서가 사회적 이해로 이어지는 다섯 가지 경로
첫째, 타인의 마음을 상상합니다. 인물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추론하면서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둘째, 말과 행동의 맥락을 살핍니다. 같은 표현도 관계와 상황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배우고, 성급한 판단을 줄입니다.
셋째, 지식과 관점을 넓힙니다. 비문학을 통해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선택을 이해할 배경지식을 얻습니다.
넷째, 다른 해석을 받아들입니다. 독서토론에서 내 생각의 근거를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해석을 들으면, 기존 판단을 수정하거나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이해한 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합니다. 요약하고 기록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빈틈을 발견하고, 상대에게 더 명료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토론을 위해 재구성한 분석 틀이며, 『문해내공』에 공식적으로 제시된 다섯 항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5. 독서의 효과를 일상으로 가져오는 다섯 가지 질문
책을 읽고 덮는 데서 끝내지 말고, 다음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십시오.
① 인물의 마음 읽기: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하거나 행동했을까? 내가 놓친 감정이나 상황은 무엇일까?
② 다른 관점 상상하기: 내가 이 사람과 같은 환경에 있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까?
③ 사실과 해석 구분하기: 책에서 확인한 사실은 무엇이고, 내가 추론하거나 판단한 부분은 무엇일까?
④ 현실에 적용하기: 오늘 만나는 사람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이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⑤ 내 언어로 표현하기: 오늘 읽은 핵심을 세 문장으로 요약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할까?
하루 20분 독서와 5분 기록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다른 사람과 책에 관한 생각을 나눠 보십시오. 독서·기록·대화가 연결될 때 읽은 내용은 지식에 머물지 않고 실제 판단과 행동을 돌아보는 재료가 됩니다.
6.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문해력
AI는 글을 요약하고 문장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결과가 정확한지, 중요한 맥락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그럴듯한 오류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판단하는 책임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질문을 정확하게 구성하고, 답변의 근거를 확인하며, 여러 정보를 비교하고, 최종 판단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야 합니다. 도구가 문장을 만들어 주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물을지, 무엇을 믿을지,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문해력이 중요합니다.
문해력은 단순한 독서량이 아닙니다.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근거를 따져 판단하고, 다른 사람에게 명료하고 배려 있게 전달하는 종합적인 능력입니다.
결론
좋은 독서는 지식을 쌓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을 다시 살펴보고, 나와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며, 더 나은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사회적 지능 역시 상대의 마음을 무조건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맥락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확인하며 적절하게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독서는 이 과정을 연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만이 아닙니다. 읽은 내용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명료하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 이해를 실제 관계와 행동에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문해내공』, 신종호·김윤정, 상상스퀘어, 2026.
도서 정보: www.yes24.com/Product/Goods/194182112 (새 창)
Keith Oatley, “Fiction: Simulation of Social World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6.
pubmed.ncbi.nlm.nih.gov/27449184/ (새 창)
작성자: 채소장
오늘의 한 줄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읽는 일에서 출발하지만, 깊이 읽는다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일로 나아갑니다.